한자에는 부수(部首 radical in Chinese characters)가 있다. 부수는 한자를 정리하고 배열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보통 각 한자로부터 그 구성요소를 분리하고, 뜻을 나타내는 부분이 같은 글자를 모아 그 뜻을 나타내는 부분을 부수로 삼는다.
한자를 몇 개의 부수로 나누는가는 시대나 한자자전의 편자에 따라서 다르다. 중국에서 최초의 한자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총 540부수로 나누고 있으나, 강희자전에서는 214부수로 정리하고 있다시피, 시대가 지나면서 불필요한 부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사용하는 《汉语大字典》은 200부수, 《现代汉语词典》은 189부수, 《新华字典》은 189부수를 쓰고 있다.
▯ 설문해자에 의한 부수
최초로 한자를 부수에 의하여 분류한 한자자전은 「설문해자」(說文解字)이다. 설문해자는 전서(篆書)로 쓰여진 한자를 기본으로 하여 한자의 부수를 모두 540부수로 정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설문해자는 각 한자가 성립한 원리를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전주(轉注), 가차(假借), 즉 육서(六書)을 통하여 설명한다.
설문해자는 각 한자를 그 부수가 가지는 의미를 중심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어떤 한자를 기본으로 하여 파생된 한자가 한 글자라도 있으면 기본이 된 한자를 반드시 부수로 삼는다. 예를 들어 弑 죽일 시가 殺 죽일 살의 생략형이 부수로 들어간 글자로 보므로, 殺 죽일 살을 별도의 부수로 보며, 또한 放 놓을 방도 敖 놀 오와 敫 노래할 교의 부수로 보아 별개의 부수로 삼는다.
설문해자에서는 부수의 수도 굉장히 많다. 一 한 일에서부터 十 열 십까지의 숫자가 모두 부수에 들어가고, 甲 갑옷 갑에서부터 癸 북방 계까지의 십간(十干)은 물론, 子 아들 자에서부터 亥 돼지 해까지의 십이지(十二支)가 모두 부수에 해당한다(강희자전은 숫자나 십간, 십이지에서 一 한 일, 二 두 이, 八 여덟 팔, 十 열 십, 乙 새 을, 己 몸 기, 辛 매울 신, 子 아들 자, 辰 별 진, 酉 닭 유만을 부수로 삼는다). 심지어 부수에 해당하는 한자로부터 파생된 글자가 없고, 오로지 그 부수에 해당하는 한자만이 있는 경우에도 부수로 정한 글자도 있다.
특히 설문해자에서는 같은 글자를 겹쳐 쓴 첩자(疊字)까지도 부수로 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屮 싹날 철, 풀 초를 부수로 하는 한편, 艸 풀 초와 茻 잡풀 우거질 망도 역시 부수로 삼고 있다. 또한 口 입 구를 부수로 정하고, 口 입 구를 겹쳐 쓴 吅 부르짖을 훤, 品 물건 품, 㗊 뭇입 즙을 모두 별도의 부수로 본다. 역시 言 말씀 언과 誩 말다툼할 경, 爻 효 효와 㸚 밝을 모양 리, 目 눈 목과 䀠 두리번 거릴 구, 隹 새 추와 雔 새 한쌍 수, 雥 새 떼지어 모일 잡, 羊 양 양과 羴 양 누린내 전, 工 장인 공과 㠭 펼 전, 虎 범 호와 虤 범 성낼 현, 木 나무 목과 林 수풀 림, 邑 고을 읍과 䣈 거리 항, 日 해 일과 晶 밝을 정, 禾 벼 화와 秝 나무 성글 력, 朩 삼줄기 껍질 빈과 𣏟 삼베 패, 人 사람 인과 从 좇을 종, 仌 얼음 빙, 毛 털 모와 毳 솜털 취, 見 볼 견과 覞 아울러 볼 요, 山 뫼 산과 屾 같이 선 산 신, 鹿 사슴 록과 麤 거칠 추, 犬 개 견과 㹜 개 싸울 은, 火 불 화와 炎 불탈 염, 焱 불꽃 염, 立 설 립과 竝 나란히 병, 心 마음 심과 惢 꽃술 쇄, 水 물 수와 沝 두 갈래 강 추, 𡿨 작은 도랑 견과 巜 큰 도랑 괴, 巛(川) 내 천, 泉 샘 천과 灥 많은 물줄기 천, 魚 물고기 어와 𩺰 물고기 두 마리 어, 弓 활 궁과 弜 강할 강, 糸 가는 실 멱과 絲 실 사, 虫 벌레 훼와 䖵 벌레 곤, 蟲 벌레 충, 土 흙 토와 垚 높은 모양 요, 田 밭 전과 畕 나란히 있는 밭 강, 力 힘 력과 劦 힘 합할 협, 又 또 우, 오른손 우와 叒 나무 이름 약, 叕 연할 철, 辛 매울 신과 辡 따질 변, 子 아들 자와 孨 삼갈 전이 각각 부수에 해당한다.
설문해자는 부수의 배열을 획의 다소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각 한자가 가지는 의미나 자형을 고려하여 정하고 있다. 특히 숫자의 처음이라 할 수 있는 一 한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장 뒤에 십이지(十二支)의 끝인 亥 돼지 해를 놓은 이유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說文解字 540部首
▯ 「옥편」(玉篇)에 의한 부수
옥편은 본래 위진남북조시대에 양(梁)나라의 무제(武帝) 대동(大同) 9년(543)에 태학박사(太學博士) 고야왕(顧野王 519-581)이 한자를 542부수로 나누어 편집한 자서(字書)이다. 설문해자는 전서(篆書)를 중심으로 정리한 자전이나, 옥편은 해서(楷書)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자전이라고 할 수 있다.
▯ 「유편」(類篇)에 의한 부수
유편은 송나라 사마광이 편찬한 자전이다. 유편은 한자를 총 540부수로 나누고 있고, 유편도 역시 기준이 되는 서체(書體)를 해서(楷書)로 삼고 있다.
▯ 「자휘」(字彙)에 의한 부수
자휘는 명(明)나라의 매응조(梅膺祚)에 의하여 편찬된 자전(1615년)으로 최초로 한자의 부수를 214부수로 정한 한자사전이다. 자휘는 부수를 배열하는 순서를 각 부수가 가지는 획의 수를 기준으로 획이 적은 부수가 앞에 오고 획이 많은 부수가 뒤에 온다. 또한 자휘에서는 해당되는 한자가 아주 적은 부수는 과감하게 다른 부수에 통합하고, 별도의 부수로 보지 아니한다. 예를 들어 설문해자는 남부(男部)에 男 사내 남, 甥 생질 생, 舅 시아버지 구와 같은 세 글자가 속하나, 자휘에서는 남부(男部)를 없애고 男 사내 남은 전부(田部), 甥 생질 생은 생부(生部), 舅 시아버지 구는 구부(臼部)에 배치하고 있다.
▯ 강희자전(康熙字典)에 의한 부수
강희자전은 청나라 강희제(康熙帝)의 칙령에 따라 진정경(陣廷敬), 장옥서(張玉書) 등 30여명의 학자가 5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편찬하여 강희 55년(1716)에 완성된 자전(字典)이다. 강희자전에서의 부수배열은 대체로 「자휘」(字彙)를 따르고 있다. 다만 자휘에서는 5획부수의 모두(冒頭)에 옥현과(玉玄瓜), 즉 玉 구슬 옥과 玄 검을 현, 瓜 오이 과의 순서로 나오나, 강희자전에서는 강희제의 어명에 의하여 玄 검을 현을 5획부수의 모두에 넣어 현옥과(玄玉瓜), 즉 玄 검을 현과 玉 구슬 옥, 瓜 오이 과의 순서로 바뀌고, 자휘에서는 각 한자의 부수를 결정할 때에 자형(字形)을 고려한 반면에 강희자전에서는 자의(字義)를 우선으로 결정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강희자전도 역시 부수를 214부수로 나누고 있고, 다만 같은 획수의 부수의 배열순서에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2획부수에서 人 사람 인, 儿 어진 사람 인, 入 들 입, 八 여덟 팔이 순서대로 나오고, 3획부수에서 土 흙 토와 士 선비 사가 순서대로 나오며, 4획부수에서 日 날 일과 曰 가로 왈이 순서대로 나오다시피 글자의 모양이 비슷한 글자를 같이 배열하거나, 4획부수에서는 牛 소 우, 犬 개 견을 함께 배열한 경우와 같이 의미가 유사한 부수를 모아 배열하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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